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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슬픈 예술로의 여행
블로그"파아란 영혼"에 대한 검색결과1307건
  • [비공개] 요리하는 나에 대한 반성

    냉장고에서 길을 잃어버린 무우 하나가 몇 달째 냉기를 먹으며, 한때 딴딴하고 신선했던 탄력을 상실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숙취와 스트레스의 바다 속에서 겨우 살아나와, 푸르딩딩한 겉이 살짝 물렁해진 무우를 꺼내 껍질을 도려내고 네모나게 잘랐다. 하나, 하나, 하나 그릇에 담고는 꽃소금 몇 스푼을 뿌려 같이 놀게 해주었다. 소금 알갱이들이 네모난 무우 사이에서 낄낄거리며 노는 소리가 작은 집 부엌 한 구석에 쌓여갔다. 그러나 봄햇살은 놀러오지 않았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는 그 노는 소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십대란 부모가 관심 가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며,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와 정의를 만들어 간다고 여겨졌다. 고향 집에서 가져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심하게 짜 바다 향이 그 소금기에 짓눌려 응축된 듯한 맛을 가진 갈..
    파아란 영혼|2023-05-16 07:15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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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뒤늦은 성장통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만, 실감하긴 어렵다. 그저 자주 아프고 피곤한 육체만 떠올릴 뿐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죽음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한다는 정도. 다시 말해 죽음을 담담히 준비하게 된다. 생에 대한 미련을 줄여 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물욕이 사라지진 않아서 곧잘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내 나이 또래 사람을 보게 되면, 아, 저들은 왜 저렇게 늙게 보이는걸까, 하다가 내 얼굴을 거울로 보면 낯설기만 하다. 오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아래 이미지를 발견했다. 이래도 성장(Growth), 저래도 성장이지만, 성장의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내 성장의 모습은 어떤 걸까.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걸까.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니, 청춘과 노년..
    파아란 영혼|2023-05-09 01:02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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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칼날 위의 역사, 이덕일

    칼날 위의 역사 이덕일(지음), 인문서원 요즘 역사책을 자주 읽는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나라들을 보니,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였던 적이 있거나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19세기 전까지 일본은 패권국가가 된 적이 없었지만, 그 이후로 일본은 패권국가로 나아갔다. 그러나 조선은 황당할 정도로 무력한 상태였으며 패배주의에 휩싸였다. 리더십이 무너진 지는 오래되었으며 선비 정신이라는 것도 변화하는 세계 앞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었다. 솔직히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국사는 나에게 무엇을 던져 주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더 큰 일은 제대로 된 역사 수업을 받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된 역사를 보는 눈도 없고 ..
    파아란 영혼|2023-05-07 01:33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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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알랭 레네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ee derneire a Marienbad (Last Year At Marienbad) 알랭레네(AlainResnais)감독,알랭로브그리예AlainRobbe-Grillet극작 Giorgio Albertazzi, Delphine Seyrig, Sascha Pitoeff 출연 실은 이 정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들마저도 이 영화 와 비교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상당수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역대 최악의 영화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평론가들과 애호가들은 이 영화를 누벨 바그 최고의 영화로 평가하지만, 막상 직접 본다면, 더구나 지금, 2023년에 보았다면, 아마 최악의 영화로 평가한 비평가들의 심정을 이해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 뒤늦게 본 것일까. 아니면 이젠 세간의 관심사에선 사라지고 영화 교과서에서나 등..
    파아란 영혼|2023-05-06 10:17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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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지음), 송태욱(옮김), 문학동네 첫 책이 61세 때 나왔고, 그로부터 8년 후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살고 결혼했으나, 이탈리아인 남편이 죽자 1971년 일본으로 귀국해 일본문학을 이탈리아로 번역하기도 하고 이탈리아 문학을 일본에 번역 소개하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5년 정도가 흘렀다. 어쩌면 그녀는 일본의 전성기를 살았던 문학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시선, 혹은 태도. 세상과 문학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화도 내지 않으며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인 양 표현하고 있기에 스가 아쓰코의 수필들은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1929년 생이니, 그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그녀의 아버지..
    파아란 영혼|2023-05-05 07:44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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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얼굴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지음), 박문정(옮김), 효형출판 배가 침몰 중인데, 우리는 배에 실린 화물을 걱정하고 있다. - 히에로니무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마스크를 둘러싼 논쟁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지만, 서구인들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며,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를 듯 싶지만, 나는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모자도 잘 쓰지 않고 마스크도 잘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스크를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둘러싼 논의는 서구 사회에서, 그리고 아감벤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했으며 깊이 생각해볼 문제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
    파아란 영혼|2023-05-04 12:23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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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어떤 아침 풍경

    봄 바람이 차가웠다. 대기는 맑았다. 하늘은 높았다. 하얀 구름을 시샘하듯 파란 배경 위로 햇살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내 마음은 알몸인 듯 추웠고 쓸쓸했으며, 비에 젖은 스폰지마냥 몸은 무겁고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출근길은 길고 지루했으며 해야할 일들의 목록을 사랑의 주문을 외듯 되새기며 걸었다. 걷다가 살짝 삐져나온 보도블럭 모서리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그렇게 넘어져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는 걸 잠시 상상하다가, 말았다. 불길한 상상은 현실이 되고 행복한 상상은 언제나 상상으로만 머물었다. 그랬다. 마치 우리 젊은 날들을 슬프게 수놓았던 사랑의 흔적들처럼. 마치 공부하는 학생처럼 두꺼운 책 한 두권을 들고 다닌다. 오늘 들고 나온 책에 인용되었던 문장은 아래와 같았다.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에서 벗어..
    파아란 영혼|2023-04-26 01:42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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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in my life, 2023.04.22

    1.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 한국 사회에 대해서. 결론도 없지만, 더구나 결론을 내리기에 이제 남은 생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 최근에 읽는 책들을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원래 그래왔던 것들, 그렇게 기록되지 않았던 옛날부터 내려온 어떤 것들이 층층히 쌓여 온 것임을 깨닫곤 절망한다. 오래 외국생활을 한 친구에게 아직 한국은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타자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조직에서의 승진이 정치적 역량으로 결정되는 모습에 이젠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또한 답답함을 느꼈다. 2. 시간이 지나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
    파아란 영혼|2023-04-22 12:11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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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해여림빌리지, 2020년 11월

    해여림빌리지 웹사이트 : https://www.haeyeorim.co.kr/1856/home/index (예약은 네이버 예약으로 가능하다) 원래는 식물원이었다. 수십 년 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그게 어디 관리가 쉬울까. 더구나 수익은 커녕 유지비용이라고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해여림빌리지 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방치된 듯 쓰러져 있거나 무너져 있다. 잡목과 풀들 속에 묻힌 모습을 보면, 사람 손길을 닿지 않고 자연스러움이랄까, 혹은 황폐함같은 게 묻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할 이도 있을 것이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려고 보았더니, 칼이 없었다. 그래서 입구 사무실에서 칼을 빌렸다. 애초에 캠핑장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해여림빌리지는 정말 넓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기 정말 좋다. 아이와 함께 한 바퀴 도는 ..
    파아란 영혼|2023-03-29 01:07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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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막는제방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마르그리트 뒤라스(지음), 윤진(옮김), 민음사 이십 대 때 자주 읽었던 소설가들, 파드릭 모디아노, 마르그리트 뒤라스, 르 클레지오, ... 압도적으로 프랑스 문학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많이 읽었던 건 아니고 한 권만 읽어도 그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허우적 되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는 냉정을 유지해야 하지만, 독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때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읽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고, 읽었던 소설마저 이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읽었던 소설까지 다시 읽어야할 시기인가. 이 소설이 프랑스 문단에 준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프랑스(제국)의 식민지에 건너간 프랑스인 가족의 밑바닥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본토에 있다가 식민지로 가는 제국의 국민들은 어..
    파아란 영혼|2023-03-26 02:25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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